클라우드 기본기 · 리전과 가용영역 · 이론
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지연 하나
한 줄 요약
클라우드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지연 하나다. 나머지는 다 살 수 있고, 그래서 나머지는 계산 문제다.
왜 숫자로 정해야 하나
클라우드 결정은 대개 취향 싸움으로 흐른다. "서울 리전이 낫지 않나", "관리형은 비싸다", "일단 클라우드로 가자" — 근거가 없으니 목소리가 큰 쪽이 이기고, 반년 뒤에는 왜 그렇게 정했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.
그런데 이 네 가지 결정에는 전부 계산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.
| 결정 | 무엇으로 정하나 |
|---|---|
| 리전을 어디에 둘까 | 거리에서 나오는 물리 한계 |
| AZ 를 나눌까 | 1ms 를 내고 무엇을 사는가 |
| 관리형을 쓸까 | 사람 시간을 넣은 비교 |
| 무엇을 내가 지킬까 | 내가 설정할 수 있는가 |
숫자로 적어 두면 확인하거나 반박할 수 있고, 그때부터 논의가 앞으로 간다. 아래에서 그 네 개를 하나씩 구한다.
빛보다 빠를 수 없다
서울에서 버지니아까지 약 11,000km. 광섬유 안에서 빛은 약 200,000km/s 다(진공의 2/3, 굴절률 1.5 때문).
편도 55ms · 왕복 110ms이건 물리 한계다. 인스턴스를 키워도, 돈을 더 내도, 전용선을 깔아도 못 줄인다. 실제로는 경로가 직선이 아니고 장비를 여러 번 지나서 180ms 쯤 나온다.
그리고 이게 왜 중요한가 — 페이지 하나에 API 를 5번 부르면 왕복도 5번이다. 110ms × 5 = 550ms 이고, 그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.
그래서 리전 선택은 취향이 아니라 계산이다. 그리고 왕복 횟수를 줄이는 설계(배치 요청, 캐싱, 엣지)가 인스턴스를 키우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.
AZ 는 같은 값에 다른 것을 산다
| | 거리 | 왕복 | 무엇을 견디나 |
|---|---|---|---|
| 같은 AZ | 같은 건물 | < 0.5ms | 서버 한 대 |
| AZ 간 | 같은 도시권 | 1ms 안팎 | 건물·전원·냉각 |
| 리전 간 | 대륙 | 수십~수백 ms | 도시·재해 |
AZ 를 나누면 거의 공짜로 건물 장애를 견딘다. 지연이 1ms 늘 뿐이다. 그래서 AZ 분산은 거의 항상 하고, 리전 분산은 필요할 때만 한다.
공동 책임 — 경계를 모르면 둘 다 안 지킨다
판단 기준은 하나다.
> 내가 설정할 수 있는 것은 내 책임이다.
| 내 책임 | 사업자 책임 |
|---|---|
| 버킷 공개 설정 | 하이퍼바이저 패치 |
| IAM 키 관리 | 물리 출입 통제 |
| OS 보안 업데이트 | 전원·냉각 |
| 애플리케이션 취약점 | 관리형 DB 마이너 패치 |
| 백업 설정 | 하드웨어 교체 |
헷갈리는 자리가 하나 있다 — AZ 전원이 나가 인스턴스가 멈춘 것은 사업자 책임이다. 그런데 거기에만 배포한 것은 내 책임이다. 사업자는 AZ 가 죽을 수 있다고 처음부터 말했고, 여러 AZ 를 쓰라고 했다.
사고는 거의 항상 양쪽 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자리에서 난다.
관리형이 비싸 보이는 이유
인프라 요금만 비교하기 때문이다.
직접 운영 인프라 400$ + 사람 20시간 × 60$ = 1,600$관리형 900$사람 시간이 빠지면 관리형이 두 배 비싸 보이고, 넣으면 700$ 싸다.
사람 시간은 장부에 안 잡힌다. 이미 월급을 주고 있으니 '공짜' 로 느껴진다. 그런데 그 시간은 대개 밤에, 사고가 났을 때 들고, 그 사람이 그동안 다른 일을 못 한다.
손익분기는 이렇게 나온다.
(900 - 400) / 60 = 8.3시간한 달에 8시간 미만이면 직접이 싸다. 백업 확인, 패치, 모니터링, 용량 점검, 그리고 한 번의 장애 대응까지 8시간 안에 되는가? 대개 안 된다.
클라우드가 답이 아닐 때
"클라우드는 싸다" 가 아니라 "클라우드는 유연하다" 다. 유연성이 필요 없으면 그 값을 낼 이유도 없다.
- 부하가 일정하고 3년 이상 쓸 대량 컴퓨트 — 자동 확장이 할 일이 없다
- 데이터를 대량으로 내보내는 워크로드 — 이그레스 요금이 지배한다
- 데이터 소재지 규제 — 리전이 없으면 못 쓴다
- 특수 하드웨어 — 없으면 못 쓴다
반대로 부하가 들쭉날쭉하거나,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거나, 빨리 시작해야 하면 클라우드가 거의 항상 낫다. 그때 사는 것은 컴퓨트가 아니라 선택을 미룰 권리다.
현장에서 만나는 모습
- 본사가 미국이라는 이유로 리전을 버지니아에 두었더니 한국 사용자의 페이지 로딩이 1초 가까이 늘었다 — 페이지 하나에 API 를 다섯 번 부르고 있었다.
- 단일 AZ 에 배포해 두고 AZ 장애가 나자 사업자 탓으로 회고를 끝냈다. 다음 분기에 같은 일이 또 났다.
- 관리형이 비싸다며 직접 운영을 골랐는데, 그 뒤로 매달 스무 시간이 패치·백업 확인·야간 장애 대응에 들어간다. 그 시간은 어느 장부에도 없다.
- 버킷을 공개로 열어 둔 유출을 사업자 보안 사고로 보고했다가, 설정 주체가 우리라는 사실을 사후에 확인했다.